편입을 결심하게 된 계기
난 군대에서 나와 같은 생활, 같은 사고, 같은 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후임에게 열등감과 질투심을 많이 느꼈다. 사실 살아오면서 누군가에게 몇 번이고 수십 번이고 있었지만, 군대에서조차 그런걸 느껴야 하다니 세상이 참 야속했다.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전문대학에 다니면서 매일 혼나가면서 자동차정비를 하고 있는 것이 나였다‘. 쟤랑 나랑 일하는 것도 비슷하고 똑같은데 왜 사람들은 선입견을 가지고 명문대생에게 우선권을 주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항상 내게는 짐이었다. 결국 답은 하나였다. 그들처럼 되는 것이었다. 제일 먼저 그 후임에게 “어떻게 해야 너처럼 될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 그 후임은 나와 동갑이었고, 고려대학교 기계공학과 학생이었다. 그 후임은 내게 “하고 싶은 것은 있는데 방법을 모르는 것 같다”며 “공부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조언해줬다. 수험표 할인목적 때문에 수능을 치렀던 나로서는 막막함이 느껴졌다. 그 때 후임이 수능보다 편입에 대해서 한번 알아보라고 조심스럽게 말해주었다.
전역 후 2년간 학비를 벌며, 전문대를 졸업하고 나서야 느꼈다. 난 하나도 변한 게 없었다. 마음만 먹으면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나는 계속 같은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말로만, 마음으로만 ‘무언가 해야겠다’라고 하면서 뭘 해야 할지 몰라 너무 답답했다. 그 때 군대 후임이 말한 적이 있던 편입을 떠올랐다. 편입, 이 녀석한테 한번 내 모든걸 걸어보자고 다짐했다.
편입공부의 시작시기
공부를 제대로 해 본적이 없던 내게 첫 수업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학원등록 전 선행 공부라고는 a, an을 언제 쓰는지, 그게 다였다. 이런 상태에서 학원에 등록한 나는 교수님들의 말을 이해하는 주변사람들을 보며 내가 괜한 선택을 한 게 아닌가 하는 후회가 들기도 했다. 또한 장시간 앉아 공부하는 사람들은 사람으로 느껴지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난 정말 아무것도 아는 게 없었으므로 자존심을 접어두고 무작정 옆 사람들을 따라 해야만 했다. 공부 잘하는 사람들과 친해지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고, 그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려고 애썼다. 문제 하나를 배우는 것보다는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 지와 어떻게 이렇게 생각했는지를 많이 물어봤다.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눈에 띄기 마련이다. 그 사람들의 학습방법을 하나하나 따라 해보면서 나만의 학습법을 터득할 수 있었다.
영어 학습법
어휘 자투리 시간과 스터디를 활용해서 효과를 극대화시켰다. 학원과 집을 오가는 지하철, 화장실, 그리고 가끔은 밥 먹으면서도 어휘를 외우곤 했다. 어휘 스터디를 친목모임으로 생각했다가는 정말 큰 코 다친다. 그건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어휘에는 왕도가 없다고 생각한다. 다독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문법 교수님의 한마디 한마디를 절대 놓쳐선 안 된다. 벗어난 문제를 본 경우가 없는 것 같다. 어휘와 문법은 영어의 기본이다. 어휘와 문법에 취약한 사람은 고득점 얻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 문법은 문법문제 푸는 방법들로만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 편협하게 보지 말고 더 대범하게 크게 보면서 공부하는 것이 문법의 왕도라 생각한다.
논리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파트였다. 다양한 어휘와 블랭크에 정확한 어휘, 정확한 문법, 키워드와 문맥이 모두 어우러져 한 문제로 구성되는데, 이 모든걸 정확히 집어내 풀었을 때의 짜릿함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논리를 한창 배울 때는 시간이 걸려도 여러 방향에서 다양한 생각을 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독특하기만 하고 오답만 나는 자신의 풀이방법을 다듬고 다듬어 치밀해지는 것이 논리 고득점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독해 어느 누가 말해도 편입의 꽃이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합격과 불합격이 갈리는 정말 무시무시한 파트다. 해설을 들을 때나 해설집을 보면서 하는 독해는 정말 재미있지만 혼자서 어려운 문제를 나름 풀어서 채점을 해 보면 매번 나를 배신하는 파트였다. 아직도 배워야 할 것이 많지만, 독해는 교수님들의 지문 접근방법과 해석법, 키워드, 주제 등 알려주시는 그 모든 것들을 내가 누군가에게 강의를 할 수 있을 만큼 습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수많은 지문을 통해서 그것을 내 것으로 체득화시켜야 한다. 그것이 생전 독해를 해본 적 없던 내가 나름 터득한 생존방법이었다.
수학 학습법
수학공부를 처음 시작할 때 사칙연산밖에 몰랐다. 그 이후 과정은 제대로 공부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부한 만큼 오르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수학이었고, 그걸 믿고 문제만 많이 푸는 것이 해답이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도전 첫해는 쓰디쓴 아픔만을 남겼다. ‘수학 고득점자한테는 대체 무슨 차이점이 있을까?’ 하고 곰곰히 생각해봤다. 고득점자들은 똑같이 공부한 내용에 대해서 절대 복습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더불어 문제풀이만 고집하기보다는 이론을 굉장히 잘 알고 있었다. 왜 이 방법을 사용해서 문제를 푸는지 알고 있는 것이다. 또한 기출문제를 토대로 내용을 완벽히 이해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시험장에서 손댈 수 없는 새로운 유형 문제들을 마주치게 될 것이다.
전공/계열기초/학업적성 학습법
전공공부에서 제일 애를 먹었다. 집이 멀어서 서울까지 전공강의를 들으러 갈 여유가 안됐기 때문에 사실상 독학으로 모든걸 해결해야 했다. 비전공자 수준이었던 내게 남들보다 먼저 준비하고 더 오래 끝까지 공부하는 것이 전공공부의 해답이었다. 기출전공과 전공면접에서 많이 출제되었던 유형을 골라 공부했다. 그것들이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몇 번이고 반복해서 출제되었다고 생각한다. 일단 동일 전공을 하는 친구와 아는 사람들에게 물어서 그들이 모르는 것은 과감히 포기했고 ‘알 것 같다’라고 하는 것은 모조리 공부했다. 정말 잘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와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이 전공을 바꾸기 위해 준비하는 경우도 많을 거라 생각했다. 힘들고 어려웠지만 끝까지 손을 놓지 않았다.
나만의 계획 및 전략
고려대를 목표로 설계해서 공부를 했기 때문에 그리고 내가 최고라는 자신감으로 원서를 몇 개 쓰지도 않았었다. 그 결과 엄청난 혼란이 찾아왔다. 당연히 합격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대학에서 탈락을 하게 됐을 때의 심정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불안이 엄습해오고 있던 찰나에 ‘고려대학교 기계공학부 최초합격’ 소식은 내 눈을 의심하게 했다. 괴물들만 합격할 줄 알았는데 내가 이뤄낸 것이다. 정말 믿기지 않고 가슴속이 뜨거워졌다.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과 부모님으로부터 축하인사를 받을 때 2여 년간 고생했던 내 모든 노력들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참을 수가 없었다. 바로 고려대로 달려갔다. 학교를 돌아다니면서 내가 이제 이 대학 학생이라고 생각하고, 고려대 학생들을 보며 그들과 같이 공부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눈물이 났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의 노력을 했고, 이렇게 보상받았다는 것에 대한 눈물이었다.
내가 모든 합격자들의 간담회와 수기를 본 것은 아니지만, 나 같은 케이스를 본적은 없었다. 나처럼 실업계고, 전문대 출신은 아무리 해도 고려대는 못 갈 것이라고 수없이 생각했지만 억지로 지워내려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런 편견을 내 스스로 깨버린 것이다. 내가 처한 상황과 나의 처지가 오히려 나 자신에 대해서 더 자신감과 확신을 갖게 해주었다.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나 사이에 있는 편입이라는 매개체는 한 사람의 꿈을 실현해주고 내 삶을 바꾸게 해주었다.
슬럼프 극복방법
나 같은 경우에는 자기암시를 많이 했던 편이다. 마음속으로 항상 ‘나는 고려대학교 학생이다’라고 다짐했고, 반드시 합격할 것이라고 가정했다. 물론 안될 수도 있지만, 안되면 그 때 가서 다음 일을 생각하면 된다. 실제 시험시작도 전에 떨어지면 어떡하나 고민하는 것은 정말 바보 같다고 생각했다. 나에겐 그 어떤 좋은 공부법과 전략보다는 자기자신을 믿고 의심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시험 전까지는 항상 자기자신에 대한 믿음, 그것만큼 수험생을 긍정적이고, 열정적으로 이끄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합격소감, 남기고 싶은 말
슬럼프가 오는 것이 항상 공부 때문만은 아니다. 같이 공부하는 동료와의 트러블, 집안일, 친구관계 등 여러 가지로 힘든 시기가 온다. 이 시기엔 자신감을 상실하고 손에 공부가 잡히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다. 즉, 나뿐만 아니라 주변상황에도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이 우리 수험생들 처지이다. 아쉽게도 슬럼프 극복법만은 정해진 것이 없다. 나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학원에서 주최하는 ‘합격자 간담회’가 있으니 그 기회를 활용하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합격생들의 다양한 슬럼프 극복방법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나 같은 경우는 정말 하기 싫고 안될 때에는 푹 쉬어버렸다.
‘오늘 저녁만은 친구들을 만날 것이다.’라는 휴식방법을 정해 놓고 그날 저녁엔 수험생인줄도 모르고 쉬었다. 정말 쉴 때는 원 없이 쉬어야지 다음날 공부할 때 아쉽지 않았다. 참아가면서 하는 사람들도 많이 봤지만 싫은 마음 가지고 하는 공부보다는 놀다가도 ‘나 공부해야 돼’라는 생각이 들어 그 정신으로 공부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 누구도 공부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내가 하고 싶으면 내가 하면 되는 것이니까.